일본 전국시대 소설 대망을 읽고



안녕하세요

도쿄 프리랜서 입니다.

일본에서 단행본이 1억 부 이상 팔린 일본의 국민 소설이라고 할 만큼 큰 인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원작자와 정식 출판계약을 맺지 않고 저작권을 무시하고 무단 출판물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곧 한국의 출판사 대표가 직접 원작자를 찾아가 출판 계약을 맺을 것을 부탁했으나, 야마오카는 돈은 받지 않겠으니 번역에 신경을 잘 써달라며 출판을 흔쾌히 허락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대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중심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등이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 말엽에 걸친 일본의 전국 난세를 평정하고 통일을 이뤄내는 파란만장한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온,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총 26권을 완역한 것입니다.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총 26권
대망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노부나가처럼 날카롭지 않고,

히데요시처럼 화려하지 않았으나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일들을 꾹 참고 견디어내면서

착실히 실력을 쌓아 유종의 미를 거둔 한 인물의 일대기가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

야마오카 소하치

1907년 일본의 니가타 현(新潟縣)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우편 강습소에서 공부한 다음 우편국원, 대중잡지 편집장을 지내며

국민문학의 거장 하세가와 신(長谷川伸)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하세가와 신(長谷川伸)

1934년 <선데이 매일>에《약속》이 입상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선데이 매일>

1942년《해저 전기(海底戰記)》로 제2회 노마(野間) 문예상을 수상했고, 1950년부터 1967년에 걸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평화를 추구하는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인물로 포착해 대하소설《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을 집필했다.

이 작품으로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문학상을 받았고 이는《소설 메이지(明治) 천황(1963~1968)》《태평양전쟁(1962~1971)》과 더불어 일본의 특성을 찾는 3부작이 되었다.

미국과 전쟁 중 가고시마 현(鹿兒島縣)의 가노야(鹿屋)에서 특공대에 참여한 체험이 그의 모든 작품의 원점을 형성하고 있다.

야마오카 소하치는 늘그막에 일본 수상들과 기업 총수들의 사표(師表)로서 국가기업 경영전략에 대한 자문에 응했다.

1978년에 세상을 떠났으며, 《야마오카 소하치 전집》전 46권(1981~1984, 고단샤)이 발행되었다.


저는 소설 대망을 3개월에 걸쳐서 읽었습니다. 내용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저는 소설책을 잘 안 보는 편입니다만

워낙 대작이고 유명하기에 너무 궁금해서 대망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일본의 그 많은 성과 전국시대의 무사들의 삶이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하기도 하던 찰나 우연히 유튜브에서 발견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 수많은 영지와 성들을 뺏고 빼앗는 전쟁 속의 사무라이, 군주들과 여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천민의 삶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 사무라이들의 의리, 명예, 죽음, 사랑, 슬픔 당시의 많은 감정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생생하게 일본의 전국시대를 표현한 책이 있을까 싶습니다.

책의 초반 1~3권 정도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버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에야스가 자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도 많고 주역들의 이름들도 계속 바뀌게 되어 좀 혼란스럽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에야스가 어른이 되면서 본격적인 영지의 다툼과 전장에서의 에피소드 들은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지리를 이용한 전략이나 적을 속이고 동맹을 만들어서 전쟁을 하지 않고도 승리하는 전략 등

이런 전략들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디에서든지 써먹을 수 있겠다 싶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삼국지와 같이 좀 환타 지한 허무맹랑한 전투신이 아닌 대망은 극 사실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눈치 싸움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말을 한마디 잘못해도 목이 잘려 나가거나 줄을 잘못 서도 할복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가족과 백성들까지 모두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시대가 바로 일본의 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의 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과연 저 행동은 무슨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자 만 목숨을 유지하고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독특한 캐릭터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였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천민 출신으로 글을 쓸 줄도 읽을 수도 없던 그가 노부나가의 눈에 띄어 노부나가의 잡일을 시작으로 결국 일본 전국을 손에 넣어 최고의 권력자로 오르기까지 많은 수난과 역경을 겪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히데요시는 적을 무서워하지 않는 무사이면서 때론 물건값을 세심하게 계산하는 장사꾼 기질과 백성과 군대를 통치하는 권력자의 모습까지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때를 기다릴 줄 알고 묵묵히 자신을 갈고닦는 무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야스는 어찌 보면 정말 심심하고 지루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부처님과도 같은 마음씨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야스는 오랜 세월 이인자로서 살아가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만큼은 스스로의 목숨을 내놓을 만큼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라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에야스가 히데요시 가문을 정리하고 260년 동안 가장 평화로운 일본을 통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대망이라는 소설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일본인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보게 된 점도 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오래 살고 있지만 한국인과의 다른 점들을 보면서 의문점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이 다름은 도대체 어디에 근원을 두고 있으면 일본에선 어떤 일이 있었고 한국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본의 역사가 100년 남짓한 전국시대만이 있던 건 아니기 때문에 일본인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대망이라는 소설이 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죠.

소설이라면 질색을 하던 저에게 소설 대망은 저에게 뜻밖의 많은 감정과 사실들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소설 대망은 인간의 탐욕, 우정과 의리, 희생, 사랑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든 수많은 에피소드가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전국시대의 사무라이들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에 자주 처하기 때문에

유언 시라는 마지막 유언을 담은 짧은 시를 자신의 가슴에 품고 다니거나 할복하기 전에 시로 남기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사무라이의 유언시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부하인 미쓰히데에게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미쓰히데의 쿠데타

미쓰히데가 쿠데타를 일으켜 노부나가를 죽게 하고 자신이 천하를 지배하려 시도합니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이 쿠데타는 결국 20일 만에 결말을 맞게 됩니다.

미쓰히데는 쿠데타를 진두지휘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반격에 맞서 20일 동안 잠도 못 자고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20일째 되는 날 결국 할복을 하게 되는데 미쓰히데는 이런 유언 시를 남기게 됩니다.

미쓰히데 유언 시

이 유언 시의 해석과 뜻이 다양하게 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순역이란 올바른길과 올바르지 않은 길을 말합니다.

올바른 길은 자신의 군주인 오다 노부나가의 뜻을 끝까지 받들어 살아가는 길이고

그 반대의 길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이 천하를 제패하는 길입니다.

노부나가를 받들다 쿠데타로 노부나가를 죽게 한 미쓰히데는 결국 순역 두 문을 모두 걷게 된 후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큰 길은 오직 자신 마음속에 있으며 결국 모두는 돌아가는 것 죽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국시대에는 명분이란 것이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미쓰히데의 쿠데타도 결국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입니다.

명분이란 자신의 욕망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어선 안되는 것입니다.

전국시대의 명분이란 세상의 기준 백성의 기준으로만 바라봐야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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